나는 전설의 64호, 대두를 위한 모자 추천 가이드

군대를 다녀온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저는 자타공인 64호의 주인공, 흔히 말하는 ‘대두’입니다. (대두가 그저 ‘큰 콩’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안타깝게도, 아니 아주 뼈아프게도, ‘큰 머리’를 뜻하죠…) 남자니까 커도 괜찮다는 위로는 이제 지겹습니다. 왜냐고요? 제가 근무했던 부대는 무려 4개 대대가 모여 있었는데도, 64호를 넘나들던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거든요. 그러니 이건 단순한 ‘좀 큰 편’이 아니라 거의 전설급입니다.

서론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머리가 큰 사람들이 쓸 수 있는 편하고 예쁜 모자 추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아침 러너의 모자 도전기: 캡 모자의 굴욕

한때 저는 취미 삼아 달리기를 즐겼습니다. 출근 전에 집 근처 학교 트랙을 도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곤 했는데요, 나이키 런 앱을 켜고 코칭 음성을 들으며 뛰면 꽤 그럴듯한 러너가 된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활력도 충전되고 체력의 한계를 깨닫는 계기도 되었죠.

하지만 문제는 머리였습니다.

아침에 떡진 머리를 가리고 싶고, 여름이면 이마 위로 쏟아지는 볕을 피하고 싶으니 모자는 필수였어요. 그래서 프리사이즈(Free Size)라고 적힌 나이키, 언더아머 캡 모자들을 구매했습니다. 막상 착용했을 땐 괜찮은 줄 알았지만, 부은 얼굴에 모자를 쓰고 거울을 본 순간… 충격이었습니다. 얼굴 절반쯤 가려진다는 후기를 보고 샀는데, 정수리만 덮고 남은 얼굴이 그대로 노출된 거죠.

거울 속 제 모습은 어릴 적 흐릿하게 기억나는 **‘마지막 황제’**의 이미지와도 같았습니다. 충격과 공포. 이후 그 모자는 세탁 후 장롱행.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상태로 안쓰고 있습니다.


두 번째 도전: 버킷햇의 등장

캡 모자와의 인연은 여기서 끊어졌고, 저는 다음 카드로 버킷햇을 꺼냈습니다. 아이 등하원길에 자외선을 막아보겠다는 실용적인 명분 아래, 커플로 맞춰보자는 은근한 로망까지 담아 구매를 결심했죠.

후기와 사이즈를 꼼꼼히 따져본 결과, 선택은 나이키 버킷햇. 언더아머 제품도 눈에 들어왔지만, 디자인이 다소 해괴망측해서 결국 무난한 나이키로 갔습니다. 한 번 데였던 나이키지만, 그래도 로켓배송으로 빠르게 받아보고자 쿠팡에서 주문 완료!

제품을 받아보니, 생각보다 머리에 잘 들어갔고 착용감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건 ‘처음 써보는 모자라서 그렇겠지’ 하고 넘겼어요. 머리 자르고 난 후 어색함처럼, 착각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 반응도 시큰둥했고, 무엇보다 쓰고 나서 오는 지끈거리는 두통… 긴고아(머리띠)를 차고 있는 손오공의 기분이 이런 걸까요?


대두가 진짜 써보고 추천하는 모자 팁

이후 몇 번의 삽질(?)을 거친 뒤, 저 나름대로 대두가 쓰기 좋은 모자 고르는 팁을 정리해봤습니다.

  1. 프리사이즈는 함정일 수 있다
    프리사이즈라고 다 같은 프리가 아닙니다. 특히 외국 브랜드는 동양인의 두상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표기상 Free라도 실제로는 불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2. 제품 상세 페이지에서 ‘내경’ 확인은 필수
    실제 모자 안쪽 둘레, 즉 내경(cm)이 60 이상인지 확인하세요. 58~59cm는 대두에게는 타이트할 수 있습니다.
  3. 조절 가능한 스트랩이 있는 모자를 고르자
    버클형이나 벨크로 타입으로 둘레 조절이 가능한 제품이 좋습니다. 고무밴드만 있는 건 오래 쓰면 불편함이 배가됩니다.
  4. 챙의 크기보다 ‘깊이’를 확인하라
    얼굴형 가리기엔 챙이 중요한 게 아니라 ‘모자 깊이’입니다. 깊이가 얕으면 머리 반만 들어가는 참사가 벌어집니다.
  5. 브랜드 선택은 기능성보다는 실착감 위주로
    무조건 나이키, 아디다스, 언더아머 이런 브랜드보다도 실제 후기에서 ‘머리가 크다’는 분들의 피드백이 긍정적인 제품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진짜 대두도 쓸 수 있었던 모자 브랜드 & 제품 추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했던가요. 모자 하나 찾는데 이렇게 많은 눈물을 흘릴 줄 몰랐지만, 덕분에 몇몇 실사용자 기준 ‘대두에게도 착붙’이었던 모자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제가 직접 써봤거나, 주변 대두 동지들 사이에서 회자되며 검증된 제품들입니다.


1. 언더아머(Under Armour) – Iso-Chill Launch Run Cap

  • 특징: 실제로 Free Size임에도 타 브랜드보다 깊고 여유 있는 핏. 런닝용이지만 평소 캐주얼룩에도 잘 어울림.
  • 추천 이유: 땀 배출이 잘 되는 쿨링 소재 + 일반 모자보다 깊이가 있음.
  • 주의할 점: 컬러가 좀 스포티해서 코디에 제약이 있을 수 있음.

2. 나이키(NIKE) – 퓨추라 버킷햇 / 헤리티지 86 모자

  • 특징: 퓨추라 버킷햇은 챙이 넓고 전체적으로 여유로운 사이즈. 헤리티지 86은 약간 타이트하지만 사이즈 큰 제품도 종종 있음.
  • 추천 이유: 디자인이 무난해서 어디에나 잘 어울림. 버킷햇은 대체로 ‘깊이’가 있어 대두에게도 안성맞춤.
  • 주의할 점: 버킷햇은 택배로 받기 전 꼭 내경 확인할 것. (몇몇은 소두용임)

3. 47브랜드(47 Brand) – CLEAN UP 시리즈

  • 특징: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라이센스 브랜드로 모자 깊이가 비교적 깊고, 워싱 처리로 부드러움.
  • 추천 이유: 클래식하면서도 빈티지한 느낌이 있어 데일리룩에 찰떡. 머리 큰 사람도 부담 없이 착용 가능.
  • 주의할 점: 구입 시 ‘CLEAN UP’ 또는 ‘DAD HAT’ 계열 확인할 것. 스냅백은 작음.

4. 무신사 스탠다드 – 프리미엄 버킷햇 / 캔버스 볼캡

  • 특징: 국내 브랜드 중 드물게 사이즈 L~XL 옵션을 제공.
  • 추천 이유: 합리적 가격 + 깔끔한 디자인. 무난한 색상과 베이직한 핏으로 매일 쓰기 좋음.
  • 주의할 점: 꼭 L 이상 사이즈 선택 필요. 프리사이즈는 조금 작게 느껴질 수 있음.

5. 노스페이스 – 하이킹 버킷햇 & 캠프캡

  • 특징: 아웃도어 브랜드답게 기능성과 착용감을 모두 잡음. 특히 버킷햇은 깊고 넓음.
  • 추천 이유: 야외활동 시 햇빛 차단에도 좋고, 사이즈도 넉넉.
  • 주의할 점: 너무 아웃도어 느낌 날 수 있으니 스타일링에 주의.

저는 MLB를 선택해서 사용중입니다.

결국 **머리가 큰 사람에게 모자는 ‘스타일’보다 ‘핏’**입니다. 아무리 예뻐도 이마 위에 걸쳐지는 모자는 대두에겐 상처입니다. 브랜드를 맹신하기보단, 직접 착용해보고, 리뷰를 꼼꼼히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잊지 마세요.

대두는 잘못이 아닙니다. 그저 사이즈의 다양성이 필요한 겁니다.


마무리하며

요즘엔 머리 큰 사람들을 위한 빅사이즈 모자 브랜드도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예전엔 ‘내가 모자 쓸 일이 뭐 있냐’며 체념했던 분들도, 요즘은 ‘이 정도면 나도 모자 쓸 수 있겠는데?’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저처럼 64호의 설움을 가진 분들이라면, 이 글이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당신의 머리큰 게 아니라 중요한 걸 많이 담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오늘도 당당하게, 잘 맞는 모자를 쓰고 나가세요. 어깨 펴고!

그날까지, 64호 전설은 계속됩니다.